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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기획 Story/관광대국 대한민국

예술이란 삶의 조각이다 - 문래동 예술 공단

by 차이나는 스토리 2010.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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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덥고 짜증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름을 참 싫어합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배어나고,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것도 싫어질 만큼 더위를 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문래동 예술공단을 찾아가본 것은 북경에 있을 때 보았던 798예술구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습니다.

 

 지하철 문래역에서 내려 7번 출구로 나가면 문래예술공단이라는 조그마한 표지판이 보입니다. 예술공단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이정표인셈이죠.

 이정표를 따라 약 300m 정도 가다보면 이곳이 예술촌의 입구라는 것을 보여주는 조형물이 나옵니다.

 바로 이 녀석이죠. 우체통을 연상시키는 붉은 색에 삐뚤빼뚤 제각각인 사각형의 창틀 사이로 "문래예술촌"이라는 글씨가 보입니다. 이 조형물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500m 정도 더 들어가야 문래예술공단의 입구가 나온답니다. (그 어떤 표지판도 없습니다. 저도 그 입구를 찾느라 1시간 정도를 여기저기 헤메고 다녔습니다. 모토로이의 지도 서비스를 이용해서 따라갔더니 전혀 다른 곳으로 안내하더군요^^;; 저 사진의 조형물을 보고 왼쪽길로 500m 정도 걷다보면 기업은행이 나온답니다. 그 왼쪽에 있는 공단이 문래예술공단입니다.) 

 

 

 이제 예술공원을 본격적으로 탐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 전에 '문래동' 이라는 지명의 유래부터 이야기 하는게 순서겠네요. 문래동은 문익점 선생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붓에 숨겨와 처음 심은 곳이라고 하여 문래동이라고 불리웠답니다. 그 때문일까요? 일제시대에는 이 곳에 방림방적을 비롯해 방적(옷감을 짜는 회사)회사들이 많이 들어서있었답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 이후 철공회사들이 하나둘 입주를 하면서 철공산업의 1번지로 불리우기도 했었죠. 한때는 800여개가 넘는 철공소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뚱땅뚱땅 굉음을 내며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었답니다.

▲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970년대와 현재가 나뉘어져 있습니다.

 

 지금은 130여개의 철공소만이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만, 이번에 다녀와보니 주변에 아파트 촌과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 있어 언젠가는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윗 사진에서 보듯 문래동은 197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군데군데 타일들이 떨어져 나가고 낡았지만 그 아래에서는 아직도 삶의 소리들이 들리는 곳이죠.

 

 사실 이 곳을 찾았을 때가 오후 5시 정도였는데 '도대체 왜 이곳이 예술공단이라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일부 건물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긴 하지만 특이할 것 없는 곳이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한시간 정도를 돌고 돌았는데 하나둘 내려가는 건물의 셔터들을 보며 '아!!!! 그래서 여기가 예술공단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 하나둘 닫혀가는 셔터에서 삶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있는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다녀온 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아낸 사실이지만, 이곳을 가려면 주말을 이용해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낮 동안의 이곳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기 때문이죠.  

 

 한바퀴 두바퀴 문래예술공단을 돌며 실망을 해갈때 쯤, 하나씩 둘씩 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곳의 모습이죠.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 더 진한 향기와 색을 가지고 있는 이곳의 본래 모습입니다.

 

 

 

 

 녹슬은 철재와 낡은 기계들, 깎여진 쇠붙이들과 일하는 분들의 땀 냄새가 더할 수 없이 진한 향기를 풍겨냅니다. 몇 년전 돌아가신 아버지에게서 느꼈던 그런 내음들이 기억이 되어 다시 돌아옴을 느꼈답니다.

 

 문래동 예술공단은 기대했던 것 처럼 중국의 798예술구처럼 크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살아있는 삶의 향기와 예술의 향기를 느끼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습니다.

 

 

 

 

 

 또한 구석구석 숨어있는 예술가들의 자취를 찾는 숨바꼭질도 이곳을 찾는 재미를 더하게 합니다.

가까운 주말에 꼭 다시 한번 들러서 삶의 향기와 어우러진 예술혼을 찍어보고 싶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매미의 울음소리가 한층 정겹게 들려옵니다. 매미 역시 삶을 노래하는 중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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