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을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제가 안성에 처음 이사와서 지인들이 저에게 "안성을 대표하는게 뭐냐?"하고 물으면, "안성탕면"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한 말이 "안성유기-안성맞춤" 정도였죠. 딱히 안성이라는 도시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도 없었고, 아는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안성에서 살게 된지 어언~~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안성에 대해 잘 모르긴 마찬가지이지만... 몇 몇 예상치 못한 훌륭한 볼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죠.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안성 남사당"입니다.
남사당패는 조선시대부터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서민층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놀이문화패 라고 소개시켜 드릴 수 있겠는데요. 전국을 떠돌아 다니며 농악놀이, 접시돌리기, 재주넘기, 줄타기, 탈놀이, 인형극 등 여러가지 놀이를 제공하던 유랑 예인집단을 이야기 합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연예 기획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안성 남사당은 총 여섯마당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놀이는 풍물놀이에 사용되는 악기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며 각각의 놀이판마다 재담, 해학, 익살, 사회 비판의 요소를 갖고 있으므로 대중화된 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왕의 남자 "라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쉽게 이해가 가실텐데요. 소학지희 [笑謔之戱] - 즉흥적으로 익살과 재치를 부리며 재미있게 이야기하거나 말재주로써 연출한 조선시대의 풍자적인 연극.- 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안성 남사당의 여섯마당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1.풍물(풍물놀이) 2.버나(접시돌리기) 3.살판(땅재주) 4.어름(줄타기) 5.덧뵈기 6.덜미(꼭두각시 놀음)이 있는데요. 현재 상설공연에서는 덧뵈기를 제외한 다섯마당의 재주를 보여준답니다.
안성 남사당 공연은 안성시립 바우덕이 풍물단에서 매주 토요일 낮 15시~16시까지 열리는 종목별 공연과 밤 18시 30분 ~ 20시까지 열리는 종합공연으로 나뉩니다. 물론 무료공연입니다.
무료 공연이라고 해서 '그저 그럴것이다.'라고 상상하신다면... 아주 좋은 공연을 놓치시는 실수를 범하시게 된답니다. 이 공연은 그 어떤 공연보다 더 즐겁고 신명나고 짜임새 있는 공연이기 때문이죠. 늦게 도착하시면 앉을 자리가 없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자~~ 이제 공연속으로 GoGo..GoGo...
이 분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3호이신 줄타기 명인 권원태님 이십니다. 줄타기뿐만 아니라 익살스러운 입담이 관객들을 시종일관 웃게 만드시는 분이죠.
공연의 시작은 어름(줄타기)로 시작됩니다. 어름은 말 그대로 얼음판 위를 살살 걸어가듯 조심스럽게 줄을 탄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권원태님이 타는 모습을 보면 얼음 위가 아니라... 마치 맨 땅 위에서 걸어 다니시는 듯 합니다. 물론 보는 사람들을 가슴을 졸이지만요.
웁스~~~ 아프지 않으실까 몰라~~
저 좁을 줄 위에서 마음껏 뛰시고, 달리시기도 하고.. 장난도 치시는 모습이 명인은 명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합니다. 흥겨운 우리 가락에 맞춰 보여주시는 줄타기는 한 여름의 더위를 잊게 만들죠.
어름이 끝나고 나면 풍물공연이 이어집니다. 풍물패가 우리네 전통악기와 함께 학생단원들의 덩실덩실 어깨춤으로 등장을 합니다.
상모도 돌리고 어깨춤도 추며 흥겨운 등장에 모든 관객들이 박수로 환호하며 박자를 맞춥니다.
우리의 문화를 이어나갈 다음세대 주역들이죠. 학생단원은 유치원생부터 중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춤사위가 능수능란한 것이.. 하루 이틀 연습한 실력들이 아닙니다. 점점 우리의 문화가 잊혀져 가고 있다는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만... 이런 학생들이 있어서 다음 세대에서도 이런 훌륭한 공연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자리를 잡고 신명나게 상모돌리기 한판을 벌입니다. 예전에 상모를 체험할 기회가 있어서 한번 해본적이 있습니다만... 저게 보는 것 처럼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머리는 열심히 돌리는데...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모든 것에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상모를 돌리시며, 눈을 지그시 감은 단원의 모습에서 우리 전통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상모 돌리기의 하이라이트... 빠르게 뛰며 몸을 회전하면서 상모를 돌리는 기술입니다. 상모 돌리기가 간단하게 돌리는 기술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상모 돌리기에도 여러가지 기술이 있더군요. 아래는 다음 백과사전에 나와있는 상모 돌리기의 기술입니다.
① 외상모:부포를 같은 방향으로 돌리는 것, ② 양상 모:부포를 좌우로 1회씩 돌리는 것, ③ 사자:부포를 좌우로 2회, 우로 2회씩 돌리는 것, ④ 양산치기:부포를 세우고 재치는 것을 반복하는 것, ⑤ 배밀어기:부포를 세우고 앞뒤로 걸어나가는 것, ⑥ 돛대치기:부포를 세우고 그대로 있거나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것, ⑦ 좌 우치기:좌우로 부포를 보내는 기법, ⑧ 복판치기:부포를 중앙에 세우고 꺾는 것, ⑨ 전조 시:부포를 전립(戰笠) 사방으로 돌리면서 전립 끝만 찍는 것, ⑩ 연봉놀이:부포를 세워 고 개짓을 끄떡끄떡하면서 연봉우리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 ⑪ 이슬털이:이슬을 털듯이 부포 를 세웠다 내렸다 하면서 흔드는 동작, ⑫ 퍼넘기기:부포를 앞에서 뒤로 넘기는 동작, ⑬ 꼬리상모:부포를 좌우로 휘둘러 8자형으로 돌리는 동작 등이다.
이 시점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옵니다. 흔히 볼 수 없는 역동적인 장면을 바로 코 앞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공연의 매력입니다. 그들의 숨소리까지 들려오는 듯 합니다.
남사당은 조선시대의 종합 연예기획사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전국 각지를 돌며, 그들의 기예와 음악을 통해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 주는 역할을 했죠. 사람들은 남사당이 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장마당으로 뛰어나와 함께 어깨춤을 추며 즐거워했고, 함께 즐겼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들은 가장 천대받는 집단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학적인 측면으로는 풍속을 해치는 패륜집단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답니다.
상모돌리기의 두번째 하이라이트... 16m에 이르는 긴 상모를 돌리는 모습입니다. 돌리는 분의 표정을 보면 아실 수 있겠지만... 보통 힘든게 아닌가 봅니다.
구경 나온 어린아이도 신이 났는지 소고를 두드리며 즐거워합니다.
무동놀이의 모습입니다. 1명을 올리는 단무동무터 5명을 올리는 오무동까지 인원수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달라집니다.
안성시의 입구로 들어오다보면, 한경대학교를 지나서 안성 남사당의 오무동 동상이 서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서양 서커스의 접시 돌리기에 해당하는 버나놀이 입니다. 서양 접시돌리기는 접시 밑에 홈을 파서 그 홈에 막대를 끼우고 돌리는 반면 버나는 홈 하나 없는 버나에 막대와 긴 담뱃대를 연결하여 돌리고, 던지는 기술을 보여줍니다.
이제 막바지입니다. 마지막은 구경온 관객들과 함께 어우러져 벌이는 뒷풀이 한마당입니다. 너나할것 없이 마당으로 나와서 흥겨운 가락에 맞춰 함께 돌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춥니다. 아이와 함께온 부모님들도,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나온 가족들도 모두 마당으로 나와 신나는 가락에 한바탕 어깨춤을 추다보면 가족간에 정도 새록새록 쌓이는 듯 합니다.
이런 훌륭한 공연 보신적 있나요? 보신적이 없다면 말을 마세요^^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안성 남사당 상설공연은 무료이며, 서울에서는 안성 패키지 여행이 따로 출발한다고 하니.. 이번 주말 가족들과 함께 전통 문화의 향기에 빠져 보시는건 어떨까요?
안성 남사당 풍물단 홈페이지 ▷ 여기를 클릭하세요.
안성 시청 문화관광과 ▷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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