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를 보니 한국 관광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물가와 비싼 요금등이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주변국으로 돌리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한국을 찾지 않는 이유가 과연 비싸기 때문일까?
한국의 관광업계는 한때 일본인들의 쇼핑관광으로 특수를 누렸고, 한류에 편승해 드라마와 영화 촬영 장소에 몰려든 아시아 팬들로 반짝 중흥기를 맞는 듯 했으나, 한류 무드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고, 주변 국가의 관광 상품이 강세를 보이면서 추락의 일로로 들어섰다는 평가이다.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분명히 한국 관광이 크나큰 암초에 부딛혔다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그러나 속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가 자초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 일본과 함께 동아시아에 위치해 있다. 이 세나라는 같은 문화권에 속하면서 비슷한 문화속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발달시켜 왔다. 경쟁과 화합을 반복하면서 각 나라는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문화를 가지게 되었다. 섬나라인 일본은 '섬(島)'이라는 지리적인 특성때문에 다른 나라와는 많이 구분되는 문화를 가지게 되었으나, 한국과 중국은 외형적으로 비슷한 문화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언어나 생활 관습 등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 문화유산이나 건축 양식등은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발달해 온것이 사실이다.
외국인들은 자금성과 경복궁의 건축양식이 크게 다르다는것을 잘 알지 못하지만, 자금성과 오사카성이 크게 다르다는 것은 쉽게 눈치챈다.
◎ 하드웨어는 없고 소프트웨어만 있다.
나는 가끔 중국이나 일본이 조상덕을 많이 본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먼 옛날의 황제가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자신의 정권을 위해 쌓아올린 피의 역사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역사로 인해 수 많은 중국국민들이 먹고 살고있다. 한때 중국국민들은 이 장성의 벽돌을 빼서 화장실 벽도 만들고, 집의 담벼락도 수리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성이 이제는 년간 수백만명이 다녀가는 관광지가 되면서 왠만한 기업체보다 순수익이 더 남는 곳이 되었다.
일본은 그 정도가 중국보다 덜하기는 하지만 역시 조상덕을 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런 것들이 없을까?
관광에 있어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문화유산이나 자연풍경 등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각지에 이런 하드웨어들이 산재해 있다. 다만 문제는 조직적인 발달이 되지 않았고, 그 규모가 중국이나 일본해 비해 크지 않다는데 있다. 또한 관광상품으로의 개발도, 또 그에 따른 홍보도 부족하다.
한국의 고전 건축물이 중국과 차이를 보이기는 하나 그것은 한국사람들이 보는 시각이고, 외국 관광객(건축 양식에 별 지식이 없는 대다수의 일반 관광객)들의 시각으로 볼 때는 '대동소이(大同小異)'한 모습이다.
이런 상태에서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 행사의 유치', '한국방문의 해 지정'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실정이다. 하드웨어가 미진한 상태에서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고 해도 구동하는데 무리가 따른다. 또 구동을 한다고 해도 좋은 결과물을 얻기가 쉽지는 않다.
◎ 지방 지자체의 무리한 국제행사 유치도 문제다.
외국에서 살다보니 한국의 뉴스에 당연히 관심이 많이간다. 그 뉴스들을 자세하게 보다보면 'OO시 OO행사유치에 뛰어들다.', 'OO도 20XX년도 세계OO박람회 개최유치 자신!' 등 국제적인 행사를 유치하거나 유치하는 경쟁에 뛰어든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본다. 그러나 제대로된 준비없이 국제행사를 치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제행사의 유치는 전적으로 지방자치제가 중심이 되어 뛰어다니고 있다. 그러나 유치가 결정된 다음부터는 중앙정부로 부터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낙후되고 발전되지 않는 자신들의 지자체를 발전시키고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국제적인 망신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경남과 전북의 F1유치 포기와 경기도 안산의 챔프카 대회 실패 등을 기억할 것이다. 준비없이 덥석 뛰어들었다가 복권에 당첨되듯 선정은 되었는데, 진행할 능력이 없어 국제행사를 포기한 예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곤두박질 쳤음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다.
각 지자체마다 문어발식으로 여러개의 국제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으며,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유치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를 발표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은 벌써 3수를 계획하고 있으며, 제주는 동아시아 경기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재수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유치에 성공한 대구는 국제곤충학회, 세계에너지 총회 등 또 다른 국제행사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역시 준비에 있다. 하나의 국제행사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그 지역에 사는 지역주민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국제행사는 지자체의 지도자들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모두 협심해서 준비해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 지자체는 자신들의 성과와 국제적 위상높히기, 타 지자체와의 경쟁심리 등만을 생각하며 앞 다투어 국제행사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 중장기 발전계획이 있는가?
위 그림은 한국관광공사의 중장기비젼이다.
관광이 앞으로의 성장동력 산업임을 알고 관광의 경쟁력 확보와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미션으로 잡았다. 이를통해 관광솔루션의 확대(나머지는 공사의 목표이니 따로 적지는 않겠다.)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엇을 통해서,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가 빠져있다. 그저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모호한 목표는 곤란하다.
문화관광부에서는 장기비젼으로 3C(Creativity, Culture, Contents)을 설정하고 세부 실행계획을 세워놓고 추진중이다. 이를 다른말로 문화강국 2010(C-Korea)라고 한다. 2010년까지 문화산업, 관광산업, 레포츠 산업을 연계해 컨텐츠와 창의성이 넘쳐나는 한국을 만들겠다는 목표이다. 이를위해 한류를 세계화한 한국만의 브랜드 구축, 저작권 산업의 활성화 등을 기치로 내걸고 활동중에 있다.
또한 [KOREA Sparkling]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한국 관광산업을 브랜드화 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활동중에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활동상황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Dynamic KOREA]라는 브랜드처럼 국제적으로 활성화 되지 못한 브랜드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을 알리고자 하는 브랜드로 [Sparkling]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면 그에 맞는 이미지를 갖춰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바램이 아닌 정말 활기가 넘치는 콘텐츠와 톡톡튀는듯한 문화의 특성을 보여줄 아이템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 여행상품의 현실 - 한국의 상품성을 죽이는 일정표
한국 관광객들이 동남아나 중국을 찾았다가 무리한 옵션과 바가지 쇼핑으로 피해를 본 기사를 심심치 않게 접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는 어떨까? 한국은 무리한 옵션이나 바가지 쇼핑이 없을까? 답은 '아니올시다' 이다.
한국의 관광업계는 무리한 저가경쟁으로 인한 손해를 손님에게 떠 넘기기 급급하다. 저가경쟁으로 손해나는 부분을 메꾸기 위해 옵션관광과 쇼핑센터 방문이라는 자충수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한국을 한번 방문한 방문객들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한류관광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지만, 재투자는 이루어 지지 않아 한류열풍에 찬 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언제까지 드라마에 나왔던 구멍가게가 관광의 명소가 될것이며, 그들이 거닐었던 공원이 관광의 명소가 될 것인가? 그곳에 한류스타의 실사크기 사진 한장만 가져다 놓고 사진 몇장 찍으면 더 이상 볼것이 없는 것이 한류관광인 것이다.
참고로 아래의 표를 보면 한국 관광의 현실을 더 잘 알수 있을 것이다.
이 표는 중국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한국 관광상품을 뽑은 것이다. 여행사의 구조상 중국 여행사는 모객을 담당하고 한국의 여행사(랜드사)에서 한국으로 온 여행객들의 프로그램을 담당한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인바운드 여행사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일정은 대략 이렇다.
제 1일 : 제주도착. 용두암관광, 도깨비길 관광. 호텔 숙박
제 2일 : 성산일출봉, 제주월드컵경기장, 천지연폭포, 성읍민속촌, 용두산공원, 국제상점가, 호텔 숙박
제 3일 : KTX로 대전까지 이동. 차량으로 용인으로 이동. 놀이동산(입장권 포함), 서울로 이동
도깨비스톰 공연관람
제 4일 : 경복궁, 청와대외경, 88올림픽대회장, 한류명성광장, 쇼핑센터(인삼,자수정,명동,가전제품 등)
제 5일 : 공항으로 이동. 이동 중 토산품점 방문
옵션사항 : 놀이동산(빅 3 : 200위안, 빅 5 : 300위안), 도깨비스톰 : 200위안, 화커시우(뭔지 잘 모르겠음)
500위안, 삼팔선 : 200~400위안
위 상품은 옵션이 4가지에 쇼핑센터는 5곳 이상을 방문한다. 일정표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제주에서 식사를 할때 쇼핑센터가 끼워져 있을 것이다. 여행상품의 금액은 4,980위안.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약 65만원 돈이다.
아래의 일정표는 홍콩에서 한국으로 오는 단체관광의 일정표이다.
제 1일 : 한국도착. 호텔에 짐을 풀고 해변야경 감상
제 2일 : 인천에서 갈매기 호를 타고 유람(새우맛 과자를 사서 갈매기에게 던져주는 재미가 있음). 한국생활체험(직접 김치만들기), 체험관이 문을 열지 않았으면 다른 민속레크레이션으로 대체. 그 후 겨울동화 촬영지인 남이섬으로 이동 관광 후 춘천 명동에서 춘천 닭갈비로 점심. 이후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이동. 설악산 등정 후 하산시 신흥사 관람
제 3일 : 해수온천 이후 대포항 방문. 용평스키장으로 이동(스키장비 대여 : ¥330)
(이날 아마 서울로 이동하는 것 같음)
제 4일 : 이씨 조선의 궁궐인(이씨 조선이라는 명칭을 사용안한지 오래건만!!)경복궁관광. 청와대
외경관람. 고려인삼전문점 방문. 자수정 공장 방문(한국 자수정의 색이 곱고, 빛이 좋아 세계에
서 알아주는 제품이다.). 삼팔선 관광(옵션 ¥350), 난타쇼 관람(옵션 ¥360). 청계천문화관.
동대문 종합시장 관광
제 5일 : 아침식사 후 토산품점 방문(일정에는 대장금한옥촌이라고 되어있음. 이곳이 아마
토산품점인듯 함). 영종도 공항으로 이동.
간단하게 두개의 일정표를 구경해봤다. 모두 중화권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어서 전체 외국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상품을 보는데는 무리가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인 바운드 관광산업이 중국 및 동남아시아를 주요 타켓으로 삼고 있기에 한 단편이지만 영향력이 지대한 방면이라 생각한다.
두개의 일정표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남아 여행을 가면서 느끼는 짜증을 외국 관광객도 고스란히 느낄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홍콩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단체팀의 일정표를 보면 도대체 뭘 하러 오는지 알 수가 없다. 온통 옵션과 쇼핑으로 가득찬 일정표. 이동의 동선도 전체적으로 난잡하기 이를데 없다.
문화관광부나 한국관광공사에서는 한국의 이미지를 살리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늘리고자 노력하나 실제로 우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경험하는 한국은 옵션과 바가지, 쇼핑강요 등 부정적인 한국의 이미지일 것이다.
◎ 한국 교유의 색과 맛을 찾아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은 고유의 색깔과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세계화의 물결속에 모든것이 세계화가 되어버렸는지 우리만의 그 무엇인가가 보이질 않는다. 해외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각 나라마다의 독특한 문화와 향기를 느끼기 위해 그 나라를 방문한다.
관광대국들의 예를들어보자. 홍콩하면 '쇼핑, 야경, 딤섬'등이 떠오른다. 중국하면 '만리장성, 천안문, 병마용 등 역사유적'이 떠오르게 된다. 마카오 하면 카지노, 태국하면 수상도시와 왕궁, 파리하면 에펠탑과 개선문, 몽마르뜨 언덕, 스페인하면 정렬, 플라맹고, 투우, 붉은색이 떠오르고, 네덜란드 하면 튤립과 풍차, 치즈가 떠오른다.
그럼 과연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한민국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태권도, 김치, 대장금, 월드컵, 한류 등이 있다. 하지만 무엇하나 뚜렷하게 우리의 색이고 우리의 맛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이 없다. 일부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어필 할 수 있으나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이미지를 새겨 줄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홍콩의 딤섬처럼 우리의 김치도 세계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이 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업무 때문에, 또는 개인적인 일로 인해 홍콩을 여러번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홍콩에서 일을 마치고 홍콩 공항 면세구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홍콩 관광청의 직원들이 외국인들에게 홍콩에 대해서 설문조사하는걸 가끔 보곤 했다. 그 설문지에는 홍콩에 대한 이미지와 인상, 대표한는 단어를 묻는 질문부터 홍콩의 어디를 다녀왔는지 어디가 인상이 깊었는지, 어느 부분이 아쉬웠는지 등 수 많은 부분을 묻는 설문지였다. 더욱 인상적인것은 설문지를 외국인에게 던져주고 작성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성을 부탁한 사람이 직접 질문을 하며, 이야기 식으로 설문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설문이 끝나면 간단한 기념품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들은 소비자의 소리를 듣기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색과 맛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관광객들의 해외 출국이 사상 최대를 매년 경신하고 있는 반면 우리를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들의 숫자는 하락을 하거나 제자리 걸음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 우리에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고 그 문제를 찾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우리나라의 관광산업과 나아가서는 소비산업을 살릴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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