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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기획 Story/관광대국 대한민국

담백하고 산뜻한 가을의 맛 "순흥 묵밥"

by 차이나는 스토리 2007.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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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밖에서 외식을 하려고 하면, 보이는 간판의 대부분이 고깃집이더군요. 숫불구이, 화로구이, 삼겹살, 갈비, 오겹살, 등갈비 등 고기의 여러부위를 파는 집들이 즐비합니다. 가끔은 이런 고깃집도 좋긴 하지만 담백하고 구수한... 또 정갈한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그런 음식을 하나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묵밥입니다. 묵밥중에서도 경북 영주시 순흥면의 묵밥을 소개하겠습니다.

 

 순흥은 소백산 자락에 자리잡은 작은 면입니다.

 순흥으로 가는 길은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죽령터널(총 연장 4.6Km로 철도 터널을 제외한 일반 터널로는 대한민국 최대임)을 지나 풍기 IC에서 내려 부석사 방면으로 가다보면 순흥이 보입니다.

 순흥에 들어서면 제일먼저 보이는 것이 묵밥집 입간판입니다.

 

 

 허름해 보이는 기와집이 바로 묵밥집입니다. 겉은 허술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의외로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묵밥집 안에는 가을이 온다는 걸 광고하는 감나무가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날 방문을 했는데.. 비를 맞은 감이 투명해보이기까지 합니다.

 

  풍성하게 주렁주렁 익은 감이 가을의 풍요로움을 연상시킵니다.

 

  한쪽 옆에서는 모과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모과는 향이 아주 좋아 차 안에 두어 천연 방향제로도 이용합니다. 또 가을에 모과를 수확해서 얇게 썰어 살짝 데쳤다가 꿀에 재어 둔후 겨울에 모과차로 끓여 먹기도 합니다. 감기와 기관지에 좋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모과는 익기전에는 파랗지만 익어가면서 노랗게 변해갑니다. 모과 향이 좋다고 그냥 드시면 안됩니다. 껍질이 딱딱하기도 하고 타닌 성분이 들어있어 떫은 맛이 있으며, 유기산이 들어있어 신 맛이 나기도 합니다. 글을 쓰면서 신 맛을 생각하니.. 입안에 침이 한가득 고이네요 ^^;;

  묵밥집 뒷 마당에 있는 풀에도 가을은 찾아오고 있습니다. 작은 잎사귀가 색을 변화시키며 가을을 맞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원두막을 짓기 위해 쌓아놓은 건축자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음 사진을 보면 정답을 알 수 있습니다.

 

  순흥 묵밥은 전통방식 그대로 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한분이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 가마솥에 도토리 가루를 넣고 끓여서 만들고 계셨습니다.

 

  이게 바로 가마솥에서 끓여 나온 묵입니다.

묵을 만드는게 의외로 간단합니다.(말로 하니까 간단하겠죠^^)

일단 도토리를 따서 말린 후 가루를 냅니다. 그리고는 쌀자루나 광목에 넣고 물에 담궈서 첫 물을 빼서 버리고(이 물에 쓴 성분이 빠져 나온답니다.) 물을 담은 대야에 도토리 가루가 들어있는 자루를 넣고 치댑니다.(치댄다는 의미를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렵습니다만, 밀가루 반죽을 할때 반죽을 이리저리 주물럭 거리는걸 보고 치댄다고들 하죠.)

 한참을 치대면 도토리 앙금이 나옵니다. 자루 안에는 찌꺼기만 남고요. 이 앙금을 가라 앉힌 후 가마솥에 끓이고 나서 약간 뻑뻑해 지면, 옮겨 담아 그늘에서 식히면 도토리 묵이 완성됩니다.

 말로 설명하니 채 5분도 안걸리는 간단한 공정입니다.^^

 

  이 할머니가 바로 이 묵밥집의 주인할머니 입니다. TV에도 여러번 나왔다고 하시더군요. 아닌게 아니라 주방이나 건물 외벽에 보면 TV에 출연했던 화면을 캡쳐해놓은 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공중파에서는 모두 나와서 한 두번씩 들려 갔더군요.

 어느 정도 유명해지고 돈도 벌면 사람이 좀 틀려진다고들 하던데... 할머니는 여전히 닳아빠진 방석을 깔고 앉으셔서 묵 썰기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손님들이 먹는 묵은 전부 할머니가 썬다고 하시더군요.

 

  여기 저기 둘러보느라 출출했습니다. 이제 오늘의 주인공인 묵밥을 맛볼 차례입니다. 위에 적어놓은 과정을 거친 묵을 넣고 시원한 육수와 맛깔난 김치, 그리고 김가루, 깨가루를 뿌린 후 양념 간장을 뿌려서 먹습니다.

 

 조미료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게 담백하고 구수한 어머니의 손맛... 그리운 그 맛입니다. 묵을 떠 먹다가 함께 나오는 조밥을 말아서 먹으면 그 맛 또한 개운하고요. 같이 제공되는 김치와 깍두기도 맛갈납니다. 또 신선한 오이를 즉석에서 무쳐서 가져다 주시는데... 저 오이무침만 3그릇 이상 비웠습니다.

 4,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느낄 수 있는 깔끔한 묵밥. 부석사를 가는 길에, 영주시를 찾는 길에 한번 들러보면 정말 만족할만 한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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