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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야기/중국을 풀어보자

"혐한(嫌韓)" 과연 심각한 수준일까?

by 차이나는 스토리 2008.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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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중국의 언론이나 한국의 언론을 보면 혐한(嫌韓, 한국을 혐오하는 분위기)이 도를 넘는 수준으로 비춰지고 있다. 연일 중국 언론에서는 한국이 중국의 문화를 찬탈해 가고, 중국 내에서 한국인들이 일으키는 문제들, 그리고 한국인과 관련된 문제를 안좋은 쪽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이 기사를 한국 언론에서는 받아 보도하면서 중국 네티즌들의 극단적인 반응까지 함께 전하고 있다. 물론 이 기사 밑에는 한국 네트즌들의 극렬한 댓글도 빠지지 않는다.

 또한 한국 언론에서도 중국과 관련된 기사를 뽑을 때는 자극적인 기사나 흥미위주의 기사, 엽기적인 기사등을 주 소재로 다뤄 중국에 대한 외곡과 오해를 만들기에 충분한 소지를 제공했다.

 그런데 과연 "혐한"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각종 중국 언론에서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분명 혐한의 분위기가 중국 사회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 '중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국가 순위 1위,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 1위 대장금' 등의 설문조사가 그 뒷받침을 해주고 있다. 또한 필자가 직접 중국 사이트와 뉴스를 검색하다 보면 그 밑에 달려있는 일부 댓글에서는 분명 한국에 대한 적개심이나 한국인에 대한 적개심, 그리고 중국인의 우월성을 보여주자는 등의 극우적인 댓글도 볼 수 있었다.

 

 ◎ "혐한" 과연 존재할까?

 필자는 1998년도에 처음 중국땅에 발을 들여놨다. 물론 배낭여행이었고, 그 이후 계속해서 중국 여행을 다니면서 중국과 중국인들을 만날 기회가 정말 많았다. 또한 2005년 부터는 중국에서 거주하면서 중국인들과 살을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 중국에 올때만 해도 한국인을 처음 본다는 사람도 많았고, 한국인(외국인)이라고 하면 친절하게 잘 대해주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여행을 좋아하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카메라만 덜렁 들고 집을 나선다. 밖에 나가서는 수 많은 중국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일상을 접하기를 즐겨한다. 그런데 그들은 아직도 한국인에 대해 여전한 호의를 보여주고 있으며, 관심을 보인다. 그들은 아직도 대장금을 기억하고 있고, 장나라를 얘기하고 있으며, 버스안에서 떠드는 내 말씨를 듣고는 한국인이냐고 물어본다. 최소한 필자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혐한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언론에서는 혐한이 위험수준이라고 연신 발표할까?

 

 ◎ 혐한은 중국 언론과 우리 언론의 합작품인가?

 인터넷이 발달하고, 무가지가 발달하면서 기존 신문들은 자신들의 가장 큰 수입원이었던 Off-Line 광고의 수입이 줄어들었다. 인쇄판 신문을 사보던 사람들이 사무실에 앉아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관심있는 뉴스나 눈에 띄는 뉴스를 선별적으로 읽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기존 인쇄신문은 사실 자신이 관심도 없고, 읽고 싶은 마음도 없는 부분도 하나의 신문에 묶여 나오기에 읽을 수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광고도 자연스럽게 신문을 읽는 일반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은 일반 대중을 피동적인 수용자에서 능동적인 수용자로 바꾸어 놓았으며, 수용자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기사를 골라서 읽을 수도 있고, 원치않는 스팸을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때문에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온라인 광고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그러나 위에서도 언급했듯, 능동적인 수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기사만 골라서 접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권위(?)를 부여받았기에 언론들은 어떻게 해서든 능동적인 수용자를 자신의 기사로 끌어와야만 했고, 그로 인해 기사의 제목들은 점점 더 선정적이거나 호기심을 유발 할 수 있는, 소위 "떡밥"이 되어야만 했다. 예전의 기자들은 날카로운 비판정신과 사회의 부조리를 파해치는 사명감,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대리 충족시켜주는 인텔리 집단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요즘의 기자는 소위 "낚시질"을 잘해야 먹고사는 강태공의 후예쯤으로 치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얘기가 약간 다른 곳으로 빠졌는데... 우선 중국에서 불고 있는 혐한에 대해 살펴보자. 얼마전 필자가 쓴 블로그 기사 중에 [중국언론을 통해 퍼지는 반한감정]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를 쓸 당시 중국의 언론들은 '한국이 중국에서 처음 개발된 금속활자를 마치 자신들이 개발한 것인양 뺏어갔다.'라며 분통을 터트렸으며, 또한 그들은 '한국이 단오, 콩국 등 중국 고유의 것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나라의 문화를 뺏어가는 나라이며, 뻔뻔한 국가이다.'라고 발표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에서 한자(漢子)를 자신들의 고유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한다.', '중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간자체가 아닌 번자체(한국, 대만, 일본, 홍콩 등에서 사용하는 정자체)를 자신들의 글이라고 소개하며, 자신들의 고유 문화로 국제사회에 소개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서울대 언론학부의 박모 교수의 인터뷰까지 실었다. 그러나 확인결과 서울대 언론학부에 박모 교수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중국 언론에서 발표한 모든 내용들은 어떤 뚜렸한 역사적 증거도 없는 하나의 주장에 불과했다. 한 나라의 언론이 다른 나라를 비방하는 기사를 작성할 때는 최소한의 역사적인 증거나 자료를 가지고 발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잡한 타블로이드 신문처럼 "그랬다더라~", " 그런것 같다." 라는 논조로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인 것이다. 또한 각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던 중 분노하는 중국인들 속에 "진흙으로 만든 활자는 중국이 먼저 발명했으나 금속활자는 한국에서 먼저 발명했다.", "역사적인 증거 없이 떠드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의견들이 보였다.  

 

 또한 최근 뉴스에서는 [베이징은행의 한국인 전용창구]에 관한 시민들의 불만을 보도했다. 그런데 이 창구는 이미 영업을 시작한지 1년 이상된 창구였으며, 중국 언론에서 발표한 것 처럼 불만을 터트리는 시민이 있었던 반면, 기사의 댓글에서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왕징지역은 한국인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서비스 한다는 것은 마땅하다." 라는 의견이 여럿 보였다. 

 그런데 이 뉴스가 한국 언론에 보도될때는 마치 혐한이 극에 치달은 것처럼 "중국 언론에서 1년된 창구를 가지고 트집을 잡는다.", "시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라는 일방적인 모습만 보도함으로서 우리 네트즌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두 사건만으로 보면 두 나라의 언론들이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과 사건의 일면만을 확대 보도함으로 사실을 왜곡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언론은 여론을 주도하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낚시질"에 바쁜 요즘 언론에서는 그런 사명감을 발견할 수 없다.

 

 ◎ 혐한감정과 반중감정은 위험하다.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비슷한 것도 많고, 비슷한 생각을 할 수도 있으며,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앞으로도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살아가야 하는 국가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두 국가에게 있어서 [혐한과 반중]은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가까운 거리에서 진행할 수 있는 협력과 합작에 최대한의 걸림돌로 작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언론들도 공정한 보도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관심을 끌기위한 기사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중립적인 보도태도가 요구되며, 인터넷 기사라고 해서 자질없는 기자들의 책임감 없는 기사를 올리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우리 정부에서도 중국 언론들의 오보에 대해 항의 및 정정보도를 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여야 합니다. 한번 발생한 감정의 골은 부단한 노력과 수고가 있어야 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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