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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야기/중국을 풀어보자

중국발 물가폭탄이 한반도를 공습한다.

by 차이나는 스토리 2008.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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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정부 국내 물가 안정위해 농산물에 대한 수출제한 실시

 지난 12월 30일 중국정부는 “2008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소맥·벼·쌀·옥수수·콩 등 57개 곡물에 대해 5~25%의 차등 수출세를 부과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국내 물가가 매달 치솟고 있는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긴급 정책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일전에 발표된 쌀·밀·귀리·옥수수·수수·콩 등 84개 곡물류에 대한 증치세 환급 폐지 결정과 맞물려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식품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식료품 가격인상은 작년 11월 18.6%를 기록할 만큼 대단히 가파르게 상승해 왔다. 때문에 중국정부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고, 이번 관세부과를 통해 물가상승을 잡아보려고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 동안 증치세와 관세를 통해 각종 재화의 수출입을 조절해왔다. 농산물의 경우 증치세 환급 -> 증치세 환급폐지 -> 관세부과로 세금을 통한 조절단계가 높아짐으로써 결국 수출의 길을 막아버렸다.

통상 농산물의 경우 수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윤이 5%~10% 정도를 내다보고 있는데, 증치세 환급 중지와 함께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최소 22%~42%의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농산물 수출업자들은 원가가 맞지 않아 수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중국 국내의 상황만을 놓고 보면 이러한 노력은 상당한 실효를 거두고 있다. 이미 각 도매시장에서 옥수수의 가격이 지난 11월에 비해 내려가고 있는 추세이며, 물가 상승률도 둔화되고 있다.

 

◇ 중국의 정책에 피해를 보는 것은 한반도?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물가안정 노력이 오히려 한반도에는 물가폭탄이 되어 떨어지고 있다. 중국정부에서 발표한 관세부과 품목에 포함되어 있는 옥수수, 콩 등은 중국산이 원료가 이미 한국 식품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건강 차의 원재료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옥수수 수염차의 경우 원료의 90%가 중국산이다. 옥수수 수염차의 원료인 볶은 옥수수의 가격을 알아보면 국내산은 kg당 가격이 3,500원 선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중국산은 kg당 1,500원에서 이루어지기에 대부분의 거래선을 중국으로 변경했던 업계에서는 중국의 정책에 울상을 짓고 있다. 두부의 원재료인 콩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P업체의 경우 연간 4,000t 가량의 콩을 중국에서 수입해오고 있었는데, 이번 중국의 조치로 인해 재료 확보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비단 이 문제가 식품업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중국산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국내 사료업계 역시 가격인상 요인으로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 사료에 들어가는 원재료를 중국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사료업계는 중국산의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미국과 동남아로 거래선을 변경해보려고 하지만, 동남아나 인도, 러시아, 남미의 사정도 중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미 각 나라마다 자국의 물가안정을 위해 국외로 나가는 농산물에 대한 통제를 시작했다. 인도의 경우 쌀의 수입통제를 시작했으며, 러시아 역시 외국으로 나가는 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또한 비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한다고 해도 수입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게 되면서 제품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사료의 가격이 오른다면 그 사료를 먹으면서 자라는 축산물과 양식 수산물의 가격도 덩달아 상승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외에도 농산물이 원재료로 쓰이는 곳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 일회용 기저귀, 쓰레기봉투 등 식료품 이외의 공산품에도 농산물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의 가격 역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중국 정부의 이번 대책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전 방위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조치로 피해를 보는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을 겪고 있다. 그나마 중국에서부터 들어오는 농산물을 통해 숨통을 트이고 있었으나, 이번 관세조치로 인해 그 마저도 막히고 있다. 실제로 단동을 비롯한 중국과 북한의 경계도시에서는 북한으로 들어가는 곡물운반 차량이 평소의 1/20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결국 중국의 조치로 인해 북한의 주민들은 더욱 굶주리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 식량, 자원이 무기가 되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1994년 미국의 농·수·축산물 시장개방 압력이 한창일 때, 각 언론에서는 ‘식량이 무기가 되어서 우리의 목을 조일 것이다.’라는 기사를 앞 다투어 실었다. 즉, 외국농산물이 개방되면 우리 농업의 기반이 무너져서 결과적으로는 삶의 근간인 모든 식량자원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며, 이것은 우리의 생명줄을 건네준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그 스토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나 일본과 -세계 농산물 수입량 2위와 1위,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25% 정도이며, 쌀을 제외한다면 5% 수준이다. - 같이 식량 자급률이 낮은 나라의 경우 식량무기는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즉, 외형적으로는 단순히 물가가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이 걱정되기도 하겠지만, 종래에는 우리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어떠한 대안이나 선택이 있는 것일까? 가장 좋은 해답은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방법이 현실적일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쉽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방법의 모범모델이 있다. 바로 남미에 위치한 쿠바의 경우다. 쿠바는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심각한 식량난을 겪게 되었다. 소련으로부터 지원받던 화학비료와 종자, 농약, 석유 등의 지원이 끊겨서 국가적인 재난이 예상되었을 때 '유기농업'이라는 실험을 국가적으로 감행했고, 그 결과가 매우 성공적 이여서 현재 쿠바의 식량 자급률은 98% 수준이며, 아사(餓死) 직전이었던 경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얼마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농촌진흥청을 폐지하겠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또한 작년 FTA 협상 당시 농업시장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자동차와 IT시장을 얻었다며 결과적으로는 이익이라는 평가를 내렸었다. 그러나 당장의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손해보다는 장기적으로 잃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을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저급(低級)으로 치부하는 중국산 농산물들이 우리들의 숨통을 조여 오는 물가폭탄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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