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가 사시는 집 뒤에는 야트막한 야산이 하나 있습니다.
해발이라고 얘기할 것도 없는 조그마한 동산같은 마을 뒷산. 그런데 그 뒷산에 우리나라 대표적 여름철새인 왜가리들이 아파트를 지어놓고 살고 있습니다.
마을 뒷산에 집사람과 산책을 하려고 가고있는데, 나무에 하얀것들이 여기 저기 달려(?)있습니다.
산으로 올라가봤더니, 소나무 여기저기에 왜가리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각 둥지들마다 새로 태어난 아기 왜가리들이 입을 벌리고 어미의 먹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왜가리는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알을 낳고 약 28일 정도 알을 품으면 새끼가 태어난다고 하네요. 지금이 6월 중순이니 빠르게 태어난 녀석들은 세상을 본지 이미 한달이 넘었겠네요. 그래서 일까요? 각 둥지에 들어있는 아기 왜가리들의 크기가 제각각입니다. 이 중지에 있는 녀석들은 이미 어느 정도 자라서 둥지가 너무 비좁습니다. 큰 평수로 이사가야하겠네요^^;;
용감한 녀석은 둥지밖으로 나와 어미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어째 자세가 팽귄이랑 많이 닮았습니다. 미운 오리새끼가 아니라 미운 팽귄새끼인가요? ^^
소나무에 달려있는 4층 왜가리 아파트입니다. 왜가리들도 높은 층을 팬트하우스로 생각하나봅니다. 1층과 2층은 텅 비어있는데, 3층과 4층에는 새끼들이 자리를 잡고 있네요.
어미가 오는 소리를 들어서일까요? 한 아파트에 살고있는 왜가리 새끼들이 목을 길게 쭉 빼고 한 방향을 뚫어져라 응시합니다. 맨 왼쪽에 있는 녀석은 다른 녀석에 비해 목이 몇 배는 더 깁니다. 아마 먹이를 가장 먼저 받아먹으려는 생존본능 때문이 아닐까요?
이쪽에서 우리 엄마하고 아빠가 오나보다!!
어린 왜가리들의 시선이 모두 한쪽을 바라봅니다.
아니네. 옆집 왜순이네 엄마잖아~~
야~~ 이쪽에서 오신다.
어린 왜가리들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연신 고개를 돌리며 먹이를 물어올 어미를 기다립니다.
어린 왜가리들의 눈이 더할나위없이 커졌습니다.
' 우왓!!! 엄마가 잡아오는 저게 뭐냐?? 우리가 좋아하는 개구리 아니냐?'
어미 왜가리들은 계속해서 입을 벌려대는 자식 왜가리들을 먹여 살리기위해 하루에서 수 차례 근처의 논과 하천을 헤메며 먹이를 구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화성시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어 왜가리의 서식처 뿐만 아니라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논과 하천이 줄어들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어제 왜가리를 보고나서 망원랜즈를 꼭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미 올해는 새끼들을 찍는게 어려울테니 내년에는 꼭 담아보려고 했는데...
'어쩌면 내년에는 이 녀석들을 만나려면 좀 더 시골로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인간들이 살기위해 여기저기를 파내고 산을 깎아서 아파트를 짓는 것이 어쩌면 왜가리나 야생동물들에게는 그들이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통보도 없이 파괴하는 무단철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흔한 철새로 쉽게 볼 수 있는 왜가리들이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고 우리 손자, 손녀들이 태어났을 때는 천연기념물이 되어서 쉽게 볼 수 없는 새가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많은 동물들과 식물들이 인간 중심적인 개발앞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하던데, 지금부터라도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비록 지금 당장은 눈 앞에 있는 자연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 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의 삶을 갉아먹는 행동일 수 있으니까 말이죠.
아무튼 이번에 태어난 새끼 왜가리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내년에도 다시 이 곳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때를 위해 망원렌즈도 하나 미리 준비를 해야겠군요.^^
시끄러운 왜가리들의 울음소리를 한번 감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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