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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기획 Story/요리하는 남자

베이징 카오야를 즐기는 방법

by 차이나는 스토리 2008.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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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하면 떠오르는 요리가 하나 있습니다.

 개그맨 박휘순님이 늘상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던.."북경오리구이(北京烤鸭, bei jing kao ya)"입니다.

 

 북경오리구이, 아니 오리구이는 예전부터 중국인들이 즐겨먹던 음식입니다. 달이뜨는 밤에 구운오리 한마리와 죽엽청주를 한병들고 동산에 올라서 달을 보며 먹었고, 아이의 생일날 잘 구워진 오리 한마리를 사들고 들어오는 아버지도 있었고, 먼길 여행하면서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뜯었던 요리이죠. 제가 어릴적 퇴근하시던 아버지 손에 들려있던 통닭과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중국인들에게 사랑받던 오리요리가 왜 유독 북경에서만 유명해져서 북경오리구이(이하 베이징 카오야)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었을까요? 그 유래를 잠시 살펴보자면, 베이징카오야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근원설이 있습니다만, 명나라가 수도를 남경으로 정했을 당시 남경 전통요리 중 오리구이 요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명나라가 수도를 북경으로 천도하면서 그 오리요리가 북경까지 따라 올라왔고, 황실에서 즐겨먹던 요리가 일반에게까지 퍼지게되면서 유명하게 되었죠. 때문에 지금까지 베이징 곳곳에는 오리구이를 파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베이징 카오야를 유명하게 한 1등 공신은 따로 있는데요. 바로 "전취덕(全娶德, quan qu de)"이라는 오리구이집 덕분이죠. 가끔 전취덕이라는 이름은 베이징 카오야를 대표하는 음식점의 이름이 아니라 베이징 카오야를 대신하는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14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이 요리집은 그 만큼 사람들에게 "베이징 카오야 = 전취덕"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고, 한국에서 중국을 찾는 대부분의 단체관광객들은 한번씩 이 곳을 들르기도 한답니다. 가끔 어떤분들은 전취덕이 아닌 다른곳에서는 베이징 카오야를 팔지 않는다고 알고 계십니다만... 카오야는 이곳 저곳에서 많이들 팝니다. 한국에서도 전주비빔밥을 전주에서만 파는 것이 아니듯...

 

 먹을 것을 앞에두고 서론이 너무 길었군요.

 

 모든 카오야를 파는 가게가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즐겨찾는 식당에서는 눈으로 카오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우선 카오야가 구워지는 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죠.

 저 앞에 유리관 안쪽이 카오야를 굽는 화덕이 있는 곳이랍니다. 5개의 화덕에서 쉴새없이 카오야를 굽고있죠. 유리관 앞에는 바를 만들어놔서 손님들이 앉아서 이야기도 하면서 오리가 구워지는 것을 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식당은 항상 초 만원입니다.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을 위한 여러가지 준비가 있습니다.

 

 예를들면 오리가 구워지는 과정도 볼 수 있고, 무료로 와인과 탄산음료, 차를 무제한 마실 수 있습니다. 평일 저녁인데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30분 정도는 기다릴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그 정도 기다리는게 더 즐겁습니다. 오리가 구워지는 것도 보고, 무료 음료도 마실 수 있으니까요^^...

 

 구워질 오리들이 화덕앞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잇습니다. 앞쪽 칠판에 적힌 것들은 구워야할 오리의 숫자를 표시해 놓은 것입니다.

 

 구워진 오리의 내부 기름을 빼는 과정입니다. 베이징 카오야를 만드는 오리는 부화후 부터 운동을 시키지 않고 먹이만 계속 먹여 살이 포동포동 찌게 만든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크기가 되면 오리를 잡아 털을 뽑고 엿을 발라 그늘에서 살짝 말린 후 몸통에 바람을 넣어놓고 불에 굽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껍질과 속 살이 분리가 되고, 기름기는 구워지면서 싹 빠진다고 하네요.

 

 오리가 구워지는 과정을 보고있으니 제 차례가 왔습니다.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을 하면 아래와 같은 기본 소스 및 야채를 가져다 줍니다. (공짜가 아니랍니다.)

춘장과 대파, 오이, 레디쉬, 마늘소스, 설탕, 야채절임 등이 나옵니다. 나중에 오리와 함께 싸먹는 재료들이죠.

 

 잠시 후 잘 구워진 오리가 올라옵니다. 우선 능숙한 솜씨로 오리 머리를 떼어낸 후 오리의 껍질과 살고기를 분리시킵니다. 얼마나 깔끔하게 분리시키는가에 따라 요리사의 능숙도가 평가된다고 하네요.

 손님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테이블 바로 옆에서 오리를 썰어준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오리의 껍질과 살 사이의 공간이 떠있습니다. 불에 구워지면서 그 사이를 채우고 있던 지방이 녹아내렸고, 오리를 잡고난 후 내부에 공기를 집어넣어서 그렇습니다.

 

 오리고기를 썰은 후 테이블에 올려줍니다. 겉 보기에는 기름이 많은 듯 하지만, 오리구이의 핵심은 바로 저 오리 껍질입니다. 겉은 바삭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죠.

 

 오리고기는 그냥 먹는것 보다 쌀전병에 싸서 먹는것이 일반적입니다.

 

 전병위에 춘장소스를 찍은 오리고기와 대파, 각종 야채를 올려놓은 후 싸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입니다. 가끔 그냥 대충 씹어 삼키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씹어 드시면 오리의 고소한 맛과 야채의 맛들이 살아난답니다.

 

 오리고기를 다 썰고 남은 부위는 오리탕으로 변신해서 올라옵니다. 오리탕 사진은 찍는걸 깜빡했네요.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오리탕은 한국의 닭곰국과 그 맛이 비슷합니다. 진하고 담백한 맛이죠. 다음에 그 사진을 찍어 다시한번 올리겠습니다.

 

 입가심으로 나온 검은깨죽입니다. 좀 단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맛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베이징 카오야가 느끼하고, 먹을게 별로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니 그 부분에 있어서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뭐합니다만... 가끔 단체 여행을 오신 분들은 오리 한마리를 가지고 9명이 둘러앉아서 나누어 드시기도 하더군요. 당연히 먹을게 별로 없죠. 그리고 패키지의 특성상 "빨리 빨리"먹어야 하기에 맛을 음미할 시간도 없고요. 개인적으로 여행을 오신 분들이라면 천천히 베이징 카오야의 맛을 음미해보세요. 새로운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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