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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야기/중국을 풀어보자

중국인이 말하는 애국(愛國)

by 차이나는 스토리 2008.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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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서울을 통과하던 날. 서울의 한 복판에서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말하는 애국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보여줬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런 일에 대해 그들은 아무런 죄책감이나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TV에서 외국인 한명이 성화봉송로 주변에서 티벳 국기를 들고 1인 시위를 하다가 중국인 응원단에게 무차별 구타를 당해 피를 흘리는 장면이 뉴스에서 나오더군요. 구타당한 사람이 걱정되기도 하고, 남의 나라 수도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행동하는 중국인들에 대해 어이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데, 식당에서 일 하시는 조선족 아주머니가 그 방송을 보시더니 '맞을 일을 했구만, 왜 그런 깃발을 들고 시위를 해.'라고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하도 어의가 없어서 아주머니를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우선 아주머니는 한국에 들어오신지 3개월 정도 지났고, 중국에 계실때는 공산당원이셨다고 하더군요.

 아주머니의 생각에는 티벳에서 벌어진 일은 반도들의 폭동이고, 티벳은 원래가 중국땅인데 그 중국땅을 가지고 독립이니 탄압이니 하는 이야기를 하니 당연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또한 서울에서 벌어진 중국 응원단의 폭력사태에 대해서는 순수하게 올림픽 성화를 응원하러 온 응원단인데 시위대들이 티벳문제로 응원단을 자극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시더군요.

 우선 아주머니께 무엇이 잘못되었고, 왜 잘못되었는지, 공산주의 교육을 받지 않은 제 생각을 조목조목 말씀드리고는(물론 아주머니는 일부만 인정하시는 듯 했습니다. 강력하게 말씀드렸더니 수긍은 하십니다만, 이해는 못하신 듯 합니다.) 식당을 나왔습니다. 아침나절 인터넷으로 중국 뉴스와 블로그 사이트를 보니 온통 과격하고 선동적인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있더군요.

 

 중국 네트즌들이 많이 모이는 ChinaRen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봤습니다. 한국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여기 저기서 글들이 올라오고 있더군요. 몇 몇은 현장에서 발생한 일을 전달하는 수준이고, 몇 몇은 자신들의 의견을 적은 글들이었습니다. 그 글들을 읽고 있자니 중국의 애국주의가 상상 이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부분 자신들의 부끄러운 행동에 대해서 반성하는 기미는 없고, 티벳 독립 시위자들을 규탄한다는 내용이거나, 올림픽을 사수해야 한다는 내용. 중국 응원단이 서울 시내를 활보하며, 불순분자들을 때려서 혼내줬다는 내용들이더군요. 덧 붙혀서 그 아래쪽에 있는 댓글들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고요. 멋지다는 내용부터 때려 죽여야 한다는 내용까지 남의 나라 수도에서 벌어진 추태에 대해 반성하거나 부끄러워 하는 내용들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거나 쓴 뉴스도 보지 못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올림픽을 앞두고 민족주의, 애국주의가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든 애국주의가 떠오른다는건 당연하겠지만, 중국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고 느껴집니다. 이런 분위기에 티벳에서 벌어진 일들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겠죠. 공산당의 선전도구인 중국 언론들은 티벳 사태를 민족의 분열을 획책하는 반동분자들의 소요로 규정짓고, 민족의 단결을 주장하고 나섰고, 각 기업체들은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마케팅으로 이익을 보려고 혈안이 되어있죠. 메신저에서 "♥ China"아이콘 달기, PEPSI의 "愛中國"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나라사랑의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냥 '中國'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모든 것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과 보호가 애국은 아닐텐데도 그들이 생각하는 애국은 맹목적인 충성과 보호인 듯 합니다.

어쩌면 중국 정부와 언론이 지난 수 십년간 공들여 여론을 통제하고, 사상을 주입시킨 결과라고 보여지기도 합니다. 중국의 언론에서는 절대로 중국과 중국 정부에게 불리하거나 불합리한 뉴스, 중국의 실책 등은 보도되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는 언제나 인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봉사하고 있다고만 알리고 있죠. 티벳사태, 파룬궁, 아프리카 독재 정부에 대한 무기 및 자금지원, 민중 탄압 등 국제적으로 굵직한 이슈도 중국 국내에서는 듣기 어려운 뉴스입니다. 이런 환경속에서 올바른 애국주의와 비판의식을 기대하기란 어렵겠지요. 국가의 의견과 반대대는 의견이 있다면 반동이고, 반역분자이니 누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려고 하겠습니까? 그저 남들이 하는데로, 언론이 이끄는대로 따라가는 수 밖에요.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예가 있습니다. 얼마전 미국에서 성화봉송을 할 때 한 중국 유학생이 티벳독립에 대해 의견을 표시했다가 중국인들로 부터 반역도로 낙인찍히고, 중국내에 있는 부모의 집에 인분이 뿌려지는 일이 있었죠. 그 학생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완전 정신나간 반역분자로 낙인이 찍혀버렸죠.

 

 이번 서울에서 일어난 일은 분명한 범죄입니다. 공산주의 사상에 젖어있는 중국인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입니다. 시위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죠. 자신의 의견과 다르고, 국가의 입장과 틀린 의견이라고 해도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나라랍니다. 그런 자유를 뺏어가는 것은 심각한 범죄이고, 그 수단이 폭력이라고 한다면 더욱 큰 범죄라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에서는 범죄에 대해서는 확실한 처벌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삐뚤고, 잘못된 생각을 올바로 잡아줄 필요가 있는 것이죠. 전 세계가 중국의 안방이라고 생각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그들에게 다른 나라에는 법이라는 것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같은 세계 같은 꿈(同一個世界同一個夢想·One World, one Dream)"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베이징 올림픽. 과연 어떤 꿈을 어떻게 같이 꾸어야 하는 것일까?

 

 ▲ 최근 달라이 라마를 지원한다고 소문이난 까르프 중국 매장 앞에 몰려든 중국인들. 까르프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면서도 항상 터져나온 구호는 [중국인들의 힘을 보여주자]는 구호였다. 어떤 힘일까?

 

 

▲ 무협영화의 한 장면일까? 아니다. 우리나라 서울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사진을 보면서 중국인들은

즐거워 한다. 이 사진아래 달린 댓글에는 어김없이 "Love China"라는 하트모양의 아이콘이 붙어있다.

 

▲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들은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옆에서 사람이 얻어맞고 있는데도

줄서서 구경만 하는 것이 우리의 경찰들인가? 중국인들은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폭행하고 있는데도 옆에제지하거나 잡아들이기는 커녕 멀뚱멀뚱 구경하는 모습에 화가난다.

사진출처 : China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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