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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야기/차이나는 중국여행

중국의 이동식 극장 <拉洋片>

by 차이나는 스토리 2008.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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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영화관은 정말 잘 되어있죠. 하나의 영화관에 여러개의 상영관이 있어서 마음에 드는 영화를 골라서 볼 수도 있고, 영화의 수준도 높아져서 가상체험을 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도 합니다. 제가 어릴적엔 천막극장도 있었고, 동네 마을회관에서 영사기를 가져다가 영화를 틀기도 했는데... 이런 것들도 어느덧 영화의 소재가 되어버린지 오래죠.

 중국 역시 영화산업이 많이 발달했답니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다중 상영관을 갖춘 영화관들도 생겨나고요. 또한 영화 뿐만 아니라 서커스나 경극, 변검 등을 공연하는 곳들도 많이 있답니다.

 그런데 예전 중국에는 이동식 영화관이 있었답니다. 영화관이라고 하기는 뭐하고요. 이동식 극장이라고 표현을 해야 옳겠죠.

 이러한 이동식 극장을 중국어로는 "拉洋片(la yang pian)" 또는 "洋片(yang pian)" 이라고 합니다. 위에 있는 사진에는 베이징양피엔이라고 써 있습니다. 그 아래에 있는 그림은 어떤 극을 보여주는지를 알려줍니다. 영화관으로 따지면 포스터나 영화관 외벽에 붙어있는 대형 상영영화 소개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拉洋片의 기원이 언제인지는 명확치 않습니다만... 모든 拉洋片에는 당나라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적혀있습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마이크를 잡고 계신 아저씨 옆에 있는 판에 "1,3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아무튼 오래된 것임은 틀림 없는 듯 합니다.

 

 

 

 옛 민속도에도 拉洋片의 그림이 나옵니다. 예전에는 멀리 이동하기가 어려워서일까요? 중국의 절경들을 보여주곤 했답니다. 물론 그림이겠죠. 그러나 근대에 들어오면서 그 소재가 다양해져서 삼국지나 서유기 등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역사적인 신화나 싸움, 신선, 사랑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다루기도 합니다.

 

 拉洋片은 주인 아저씨 한명이 모든 역할을 다 해냅니다. 마이크를 잡고 변사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 앞에 있는 작은 심벌즈나 북을 연결한 장치를 두드리면서 음향효과를 내기도 하며, 그림을 바꾸는 영사기 역할도 합니다. 아!!! 가장 중요한 돈 받는 일도 하시죠.

 베이징의 민속공연들은 대부분 천교에서 많이 유래가 되었답니다. 이 拉洋片 역시 천교에서 많이 공연을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拉洋片을 공연하는 아저씨들은 대부분 그 앞에다가 "老天桥拉洋片第四代传人"이라는 글을 많이 써붙혀 놓습니다. 예전 천교(청나라 시대) 拉洋片의 4대 전수자 라는 뜻이죠.

 천교는 베이징의 옛 문화를 이야기 하는데 빠져서는 안되는 중요한 곳입니다.

 중국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에 天桥(tian qiao, 천교) 옆에는 시장이 있었고, 이 시장에는 약간의 무공을 가진 사람들과 기예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말재간이 있거나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연을 하고 받은 돈으로 생계를 이어나갔다고 합니다. 일반 서민들이 이곳을 즐겨 찾으면서 천교에서 벌어지는 예술공연들은 더욱 다양하게 번화했었는데요. 중국의 설립 이후 잠시동안 이곳 천교에서의 공연이 없어졌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이 민간 예술인들을 조합해 하나의 예술단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공연까지 했답니다.

 

 ▲ 예전 천교에서 있었던 차력시범 약장수. 한국에도 장터에는 이런 사람들이 꼭 있었는데...

 

 이야기가 엄한곳으로 빠졌습니다. 다시 拉洋片으로 돌아와서... 윗 사진은 그림을 바꾸는 모습입니다. 아저씨가 이야기를 하다가 줄을 잡아당겨서 장면을 바꾼답니다. 그리고는 다시 변사 역할로 돌아가시죠.

지금은 拉洋片을 정기적으로 공연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왕푸징의 小吃街에 가면 한분이 공연을 하고 있답니다. 그 이외에는 대부분 이벤트성 행사나 야시장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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